<br></br>\n사실 개미를 죽이는 데 이유는 없다.\n다만 자신이 개미라고 생각하기 싫었던 것이겠지.\n<br></br><br></br><br></br><br></br>\n[[그들이 살해했다.]]
<br></br>\n과자 부스러기를 옮기려 모여든 개미를 밟아 죽이는 건 매우 쉽다. 하지만 \n수십 마리가 뭉쳐 있는 무리에서 단 한 마리만 골라 죽이는 건 꽤 귀찮은 짓이다.\n<br></br>\n빨간 불빛이 세 번 깜빡였다고, 생존자들은 말했다.\n수백 명이 모였던 그 곳에서 단 한 명이 사라졌다.\n<br></br>\n아니 사망했다.\n<br></br>\n아니 사라졌다.\n<br></br>\n사체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는 실종으로 처리되었으나 모두 알고 있었다.\n<br></br><br></br><br></br><br></br><br></br>\n[[그들이 살해했다.]]\n\n
단 세 번.\n<br/><br/>\n하늘에서 모습을 드러낸 지 한 달이 지났던 한 비행체가\n피격당했다.\n그리고\n<br/>\n추락하는 듯 싶더니\n<br/><br/>\n땅에 닿기도 전에 폭발했다.\n<br/><br/><br/><br/><br/>\n[[''!!!!!'']]
그들과 인간이 비슷하다면, 어쩌면 그들도 \n인간과 비슷한 감정을 갖고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.\n<br/>\n그들은 허공에 떠 지구를 내려다보았다.\n<br/>\n하늘을 가리고,\n태양을 가렸다.\n<br/><br/>\n싸늘한 냉기가 감돈다.\n<br/>\n그들은 모습을 감추는 일도 드물어졌다.\n<br/><br/><br/><br/><br/>\n표적이 레이더에 잡히자,\n[[전투기가 출격했다.]]
정답이 빤히 보이는 문제라도\n틀리는 사람은 존재한다.\n\n\n\n<br></br><br></br><br></br><br></br><br></br>\n[[그리고 어떤 사람은]]
그리고 그들은 머뭇거리지 않고.\n\n<br></br><br></br><br></br><br></br>\n[[계속해서]]
하지만\n인류는\n죽어가는 와중에도 생존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았다.\n<br/>\n<br/>\n살해가 시작된 지 5년이 되었을 때, \n인류는 드디어 공격에 성공했다.\n<br/>\n그 공격으로 인해 대륙의 절반이 폐쇄되었다는 것만 제외하면\n매우 기념비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.\n<br/><br/><br/><br/><br/>\n[[게다가 인류는]]
그들이 신이었으면 나았을까.\n차라리 인간이 그동안 저지른 죄에 대한 벌을 받는 것이었다면 \n이렇게 무기력하지는 않았을까.\n<br/>\n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늘었다.\n질서는 사라진 지 오래였고 공권력이 치안을 담당하는 곳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했다.\n<br/>\n그들이 인간을 살해하지 않아도 인간은 자멸하고 있었다.\n<br/><br/><br/>\n그 사이에서,<br/>\n''...다시 한 번 싸워야 할 때입니다.''\n라고, \n<br/><br/><br/><br/><br/>\n\n[[한 남자가 말했다.]]\n
하지만 매우 다르기도 했다.\n<br/>\n그들이 형상은 인간과 비슷했으나 생체구조는 전혀 달랐다.\n인간과 다르다는 것 말고는, \n사실 연구진이 밝혀낼 수 있는 것도 없었다.\n<br/>\n지구의 규칙에 적용되지 않는 존재였기 때문이다.\n<br/><br/>\n다만 \n그들의 두뇌는 인간과 많이 닮아있었다.\n<br/>\n우연히\n아니 어쩌면\n필연적으로.\n<br/><br/><br/><br/><br/><br/>\n[[연구 결과는 흥미로웠다.]]
수십 명의 파일럿이 공중에서 생을 마쳤다. 개중에는 랜딩에 성공한 자도 있었으나\n콕핏에서 일어나는 순간 빨간 불빛을 마주쳤다.\n<br/>\n그들은 마치\n인류를 조롱하듯\n수십이 모여 하늘을 뒤덮었다.\n<br/><br/>\n용용 죽겠지!\n한 대라도 때릴 수 있으면 해 봐!\n<br/>\n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.\n<br/><br/><br/><br/><br/>\n[[그래서]]
무형의 무언가가 흔적을 남긴다.\n그리고 그 자취를 따라 길이 생긴다.\n<br/>\n바보 같은 이야기다. 인간 사회를 개미 사회와 비교한 건 몇 십년도 더 전의 일이다.\n마치 개미가 페로몬으로 길을 만드는 것 처럼\n인간의 감정이 길을 만든다니,\n<br/>\n<br/>\n허무맹랑한 헛소리에 불과하다.\n<br/>\n<br/>\n하지만\n확실한 것은,\n사람이 죽었다는 [[것]].\n
그저 묻기만 해서는 답을 찾을 수 없었다.\n애초에 그들은 우리와 대화하지 않았다.\n우리와 같은 눈높이에 있지 않았다.\n<br></br>\n우리는 언제나 그들을 올려다 보았다.\n<br></br>\n그들은 언제나 우리를 내려다 보았다.\n<br></br><br></br>\n아주 단순하고 쉬운 문제였다.\n<br></br><br></br><br></br><br></br>\n[[그들은 우리보다 위에 있다.]]
<br></br>\n인류는 혼돈에 빠졌다.\n<br></br>\n생명이라면 모름지기 죽음을 무서워하기 마련이다. 짐승도 천적을 피해 도망가는 것이 당연한데\n하물며 인간이라면 더욱 열심히 도망쳐야 맞는 것이었다.\n<br></br><br></br>\n하지만 정체도, 이유도 알 수 없는 그들을 상대로\n인류는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.\n그저\n<br></br>\n스스로에게 묻는 것이 전부였다.\n<br></br>\n[[대체 왜?]]\n<br></br>\n왜 지금, 왜 여기, 왜 우리인가.\n<br></br><br></br><br></br><br></br>\n[[왜?]]\n<br></br><br></br>\n[[그리고 어떤 사람은]]
아직 실험 단계고 안정적이지는 않지만, 우리는 분명 그들과 대등한 위치에 설 수 있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는 남자가 있었다.\n<br/>\n판도라의 상자에서 맨 마지막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희망이었다.\n<br/>\n인터넷을 통해 이 과학자의 존재를 전 세계인이 알게 되는 데 불과 하루가 채 걸리지 않았다. 그는 지구의 구원자이며 인류의 새 희망으로 여겨졌고 연구 결과를 정리해 곧 세계 앞에 내 보일 예정이었다.\n<br/><br/>\n그가 말하려는 것이 어떤 연구인지, 어떤 결과인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. \n그 남자가 말한 만큼만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.\n<br/>\n우리가 그들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을 것이다.\n우리가 그들을 쫓아낼 수 있을 것이다.\n우리가 그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을 것이다.\n<br/><br/><br/><br/><br/>\n[[웃음]]
성명을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다.\n입장 표명을 하자는 말이었다.\n<br></br>\n누구에게?\n<br></br>\n어떻게?\n<br></br>\n무슨 입장을?<br></br><br></br>\n제발 우리를 죽이지 말아 주세요?\n<br></br>\n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싹싹 비비면서?\n<br></br>\n<br></br><br></br><br></br>\n[[어딜 가나 이런 놈들이 있지.]]
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\n사람은 겉모습만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하곤 한다.\n<br/>\n그런 점에서 연구원은\n썩 괜찮아 보이는 사람은 아니었다.\n<br/>\n연구원의 모든 몸놀림은\n그를 매우 불안하고 충동적인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었다.\n<br/><br/><br/><br/><br/>\n\n[[''그래서, 파일럿은 누구입니까?'']]
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\n사람은 겉모습만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하곤 한다.\n<br/>\n그런 점에서 연구원은\n썩 믿음직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. \n<br/><br/><br/><br/><br/>\n\n[[''그래서, 파일럿은 누구입니까?'']]
익숙함은 중독성이 강해서, 쉽게 경계를 풀고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된다.\n<br/>\n\n마치 사람처럼,\n그들은 나태해졌다.\n<br/>그들은\n<br/><br/><br/><br/><br/>\n[[인류와 매우 흡사했다.]]
그 길의 끝에\n그들의 표적이 있었을 것이다.\n<br/><br/>\n인간의 감정이 가리키는 것.\n<br/><br/><br/><br/><br/>\n[[감정]]이 가리키는 [[것]].
그들은\n<br/>\n인간의 감정과 생각을 느낄 수 있었다.\n인간이 가진 기쁨, 즐거움, 슬픔, 혐오 등이 향하는 곳을 알 수 있었다.\n<br/>\n인간의 감정은 보통 다른 인간을 향하기 마련이다.\n<br/><br/>\n그들은 인간의 감정이 만들어내는 '길'을 볼 수 있었다.\n<br/><br/><br/><br/><br/>\n[[그 길을 따라 걸었을 것이다.]]
Project : COTTON
전투기는 이륙과 동시에 미사일을 발사하고 폭파되었다.\n그들은 전투기의 이륙과 동시에 빨간 불빛을 세 번 깜빡였다.\n전투기가 발사한 최초이자 마지막 미사일은 \n<br/>\n허공에서 폭파되었다.\n<br/>\n<br/><br/><br/><br/>\n어설픈 희망은 몇 배나 큰 좌절을 가져온다.\n[[바로, 지금처럼.]]
사람을 죽였다.\n<br></br>\n전 세계를 제패한 복싱 챔피언.\n[[유명 록스타.]]\n자비와 겸손을 설파하던 종교 지도자.\n<br></br>\n수천명을 살해한 [[독재자.]]\n어린이 수십 명을 납치한 범죄자.\n<br></br><br></br>\n죽어 마땅한 이도 있었다.\n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도 죽었다.\n<br></br>\n죽음은 누가 정하는가?\n<br></br><br></br><br></br><br></br>\n[[그들?]]\n
죽어 마땅한 놈.\n<br></br>\n매 순간 그를 증오하던 사람들은 소식을 듣자 한결같이 미소지었다.\n그가 더욱 고통받길 원했으나\n<br></br>\n생명에게 가장 잔혹한 벌은 삶을 빼앗기는 것임을\n그들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.\n<br></br><br></br><br></br><br></br><br></br>\n[[계속해서]]
제가 대, 대답 해드릴 수, 이, 있을 것 가, 같군요.\n<br/><br/>\n그 남자는 자신이 ''연구원''이라고 밝혔다.\n그 남자는 아주 간단한 대답도 말을 더듬으며 간신히 대답했다.\n그 남자는 왼쪽 다리를 절며 걸었다.\n그 남자는 오른쪽 눈에 초점이 없었다.\n<br/><br/><br/><br/><br/>\n[[저 새끼 병신 아냐?]]\n[[사기꾼인 것 같은데?]]\n[[어딜 봐서 저게 연구원이냐.]]\n
너희의 계략 따위 모두 꿰뚫고 있다는 듯,\n그 남자는 사람들 앞에 서기도 전에 \n실종-혹은 살해-되었다.\n<br/><br/>\n살아있었다면 인류를 구원할 수 있었을 것이다.\n<br/>\n아마도?\n<br/><br/><br/><br/><br/><br/>\n[[웃음<br/>웃음 <br/>웃음 <br/>]]
엄밀히 말하면 포획이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. \n<br/>\n산산조각난 잔해를 가져다가 원래의 모습을 만드는 걸 포획이라고 하지는 않으니까.\n하지만 이 작은 성과만이\n인류가 기뻐할 수 있는 유일한 승리였다.\n<br/><br/><br/><br/><br/>\n[[그들에게는 딱 한번 뿐이었던 실패.]]
<br/>\n''탕!''\n<br/>\n''탕!''\n<br/>\n[[''탕!!'']]
첫\n<br/>\n섬멸.\n<br/><br/>\n<br/>\n목격한 이들과, 목격하지 못했으나 전해들은 이들은 열광했다.\n<br/>\n드디어 반격을 성공시켰다는 환희에 휩싸였다.\n<br/><br/>\n이와 동시에\n의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.\n<br/><br/>\n''누가?''\n''어떻게?''\n''어디서?''\n<br/><br/><br/><br/><br/>\n[[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의문은]]\n
<br></br>그들은 과묵했다.\n전쟁을 시작하기 전엔 선전포고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. 하물며 정체 불명의 침략자라면 알 수 없는 언어로 선전포고를 한다든가 지구의 언어를 배워 서툰 솜씨로 너희를 고통스럽게 죽이겠다는 말이라도 해야 했다. \n<br></br><br></br>하지만 그들은 아무 말이 없었다.\n다만 갑자기 나타나 폭격을 가하고 순식간에 사라질 뿐이었다.\n<br></br><br></br><br></br><br></br><br></br>\n[[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,]]
그 공격을 통해\n그들의 비행체를 [[포획]]할 수 있었다.\n<br/>\n그렇게 얻은 '무언가'로 인류는 연구를 시작했다.\n그들에 대한 정보가 전무했기 때문에\n연구는 시작과 동시에 엄청난 결과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.\n<br/><br/>\n하지만 대부분의 결과는 그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았다.\n<br/>\n굳이 알 필요가 있을까?\n<br/>\n정보보다 중요한 것은 정보를 습득하는 사람이다.\n정보의 옥석을 가리고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아는 사람.\n이 아니라면, 알 필요가 없었다.\n<br/>\n음...\n어쩌면 이 것 때문에 알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.\n그들은\n<br/><br/><br/><br/>\n[[인류와 매우 흡사했다.]]
<br></br>30년 전, 정체를 알 수 없는 외계 존재가 지구를 공격했다.\n<br></br> \n공격 자체는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. 하지만 그들은 지구의 기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비행체를 운용하고 있었고, 그것들은 걸핏하면 레이더에서 사라지고 툭하면 나타나 탐지가 불가능했다.\n따라서 방어도 불가능했다. 어디에 나타날 지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에 비행체의 폭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. 높은 빌딩은 순식간에 무너졌고, 수많은 사람들이<br></br><br></br>\n마지막 숨을 뱉기도 전에 살해당했다.\n<br></br><br></br><br></br><br></br>\n[[아주 조용히]]
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\n사람은 겉모습만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하곤 한다.\n<br/>\n그런 점에서 연구원은\n썩 믿음직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. \n<br/><br/><br/><br/><br/>\n\n[[''그래서, 파일럿은 누구입니까?'']]
''누가''\n<br/>\n공격을 지시했고\n<br/>\n''누가''\n<br/>\n전투기를 몰아 공격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.\n<br/><br/>\n<br/><br/><br/>\n[[그것은]]
어, 파, 파일럿은 여, 여성입니다.\n<br/>\n연구원은 흐르는 땀을 연신 닦으며 말을 이었다. \n파일럿은 미성년자이기 때문에, 앞으로도 언론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.\n<br/>\n<br/>\n모두가 경악했다. 십 년 경력의 베테랑도 실패했던 일을\n열 여섯살 소녀가 성공했다는 사실을\n아무도 믿을 수 없었다.\n<br/>\n사람들은 추측했다. 상상했다. 넘겨짚었다.\n<br/>\n그리고 파일럿은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.\n<br/><br/><br/><br/><br/>\n--''학생 A''--
인류에게 '리더'는 단순한 지도자 이상이다.\n<br></br>\n유명 록스타의 사망-혹은 실종-으로 많은 사람이 충격에 빠졌다. \n그의 노래를 듣고 꿈을 향해 노력한 사람,\n시련을 견딘 사람,\n고난을 견디고 기쁨을 얻고 위로를 받은 사람이 있었다.\n<br></br><br></br>\n그들은 평생 느꼈던 기쁨보다 더 큰 슬픔에 잠겼다.\n이제 어디에 누구에게 무엇에 기대야 할 지 막막해졌다.\n<br></br><br></br><br></br><br></br><br></br>\n[[계속해서]]